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 부산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면 기내 앞쪽 안전 안내 카드에 「A321」이나 「A320」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로 하나에 좌석이 양쪽으로 세 개씩, 겉보기에는 보잉 737과 거의 같은 크기의 비행기입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 조종석에는 운전대처럼 생긴 조종간이 없습니다. 연재 「여객기 계보」 여섯 번째 편에서는, 경쟁 기종 737을 끝내 숫자로 앞지른 에어버스 A320 계열을 다룹니다. 737 이야기는 보잉 737 편에서, 두 회사의 경쟁 구도는 보잉과 에어버스 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에어버스 A320은 1987년 2월 첫 비행, 1988년 4월 에어프랑스로 취항했고,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와 사이드스틱을 처음 쓴 여객기입니다.
- A318·A319·A320·A321 네 가지 길이와 새 엔진을 단 neo, 대서양을 건너는 A321LR·XLR까지 한 조종 자격으로 묶인 「계열」입니다.
- 2019년 누적 주문, 2025년 9월 누적 인도에서 보잉 737을 앞질러 가장 많이 인도된 여객기 계열이 되었고, 2026년 8월 기준 인도 대수는 1만 2,800대를 넘습니다.
연재 「여객기 계보」 전 9편
- 1. 여객기 이름 읽는 법
- 2. 보잉과 에어버스
- 3. 보잉 747
- 4. 에어버스 A380
- 5. 보잉 737
- 6. 에어버스 A320 계열 (지금 보는 글)
- 7. 보잉 777 (공개 예정)
- 8. 보잉 787과 에어버스 A350 (공개 예정)
- 9. 협동체와 광동체 (공개 예정)
한 줄 연표
| 시기 | 일 |
|---|---|
| 1987년 2월 22일 | A320 첫 비행 |
| 1988년 4월 18일 | 에어프랑스가 처음으로 운항 시작 |
| 1990년대 | 동체를 늘린 A321, 줄인 A319가 차례로 등장 |
| 2000년대 초 | 가장 짧은 A318 등장 |
| 2010년 12월 | 새 엔진형 A320neo 개발 결정 |
| 2014년 9월 | A320neo 첫 비행 |
| 2016년 1월 | 루프트한자가 A320neo 첫 운항 |
| 2018년 11월 | 장거리형 A321LR 첫 인도 (이스라엘 아르키아 항공) |
| 2019년 10월 | 누적 주문 대수에서 보잉 737을 앞섬 |
| 2024년 10월 | 초장거리형 A321XLR 첫 인도 (스페인 이베리아 항공) |
| 2025년 9월 | 누적 인도 대수에서도 737을 앞서 가장 많이 인도된 여객기 계열이 됨 |
조종간이 사라진 비행기: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
A320이 항공사에 남긴 가장 큰 변화는 비행기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여객기는 조종사가 조종간을 밀고 당기면 그 힘이 케이블과 유압 장치를 거쳐 날개와 꼬리의 조종면을 움직였습니다. A320은 이 사이에 컴퓨터를 넣었습니다. 조종사의 손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비행 제어 컴퓨터가 그 신호를 해석해 조종면을 움직입니다. 이것을 「플라이바이와이어(전선으로 나는 비행)」라고 하며, A320은 디지털 방식의 플라이바이와이어를 쓴 첫 여객기로 꼽힙니다.
조종간이 필요 없어지자 에어버스는 조종석 양옆에 게임기 손잡이처럼 생긴 작은 사이드스틱을 달았습니다. 기장은 왼손, 부기장은 오른손으로 잡습니다. 조종사 앞이 비면서 그 자리에는 접이식 탁자가 들어갔습니다.
컴퓨터가 끼어든 덕분에 「비행 범위 보호」라는 기능도 생겼습니다. 조종사가 스틱을 끝까지 당겨도 날개가 양력을 잃는 각도나 기체가 견딜 수 없는 기울기를 넘지 않도록 컴퓨터가 한계를 지켜 줍니다. 처음에는 「조종사보다 컴퓨터를 믿는 설계」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이후 에어버스는 A330, A340, A350, A380까지 같은 철학의 조종석을 이어 갔습니다. 덕분에 A320을 몰던 조종사는 비교적 짧은 추가 교육으로 다른 에어버스 기종으로 옮겨 탈 수 있습니다.
한 가족, 네 가지 길이
A320 「계열」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같은 날개와 조종석에 동체 길이만 다르게 만든 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종 자격도 사실상 하나로 묶여 있어, 항공사는 노선 수요에 맞춰 크기만 골라 쓰면 됩니다.
| 형 | 길이 | 좌석 (대략) | 쓰임 |
|---|---|---|---|
| A318 | 약 31.4m | 100석 안팎 | 가장 짧은 형. 많이 팔리지 않았고, 짧은 활주로나 비즈니스 전용 노선에 쓰임 |
| A319 | 약 33.8m | 120~150석 | 수요가 적은 노선, 정부·기업 전용기 |
| A320 | 약 37.6m | 150~180석 | 계열의 기준형. 국내선과 가까운 국제선의 주력 |
| A321 | 약 44.5m | 180~220석 (고밀도 최대 244석) | 가장 긴 형. neo 이후 가장 많이 팔리는 형이 됨 |
동체 바깥 폭은 약 3.95m로, 경쟁 기종 737보다 조금 넓습니다. 덕분에 이코노미 좌석과 통로 폭에 여유를 두기 쉽고, 화물칸에 규격 화물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는 점이 항공사에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neo: 엔진을 바꿔 연료를 아끼다
2010년대 들어 에어버스는 기체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는 대신 엔진을 바꾸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름 끝의 neo는 「새 엔진 옵션(New Engine Option)」의 줄임말입니다. 원래 형은 구분을 위해 ceo(현재 엔진 옵션)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 엔진: CFM 인터내셔널의 LEAP-1A 또는 프랫앤휘트니의 PW1100G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둘 다 앞쪽 팬이 커져 더 많은 공기를 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연비를 높였습니다.
- 샤클렛: 날개 끝에 높이 약 2.5m의 위로 휜 날개끝 장치(에어버스는 「샤클렛」이라 부름)를 달아 날개 끝에서 생기는 소용돌이를 줄였습니다. 날개폭은 약 35.8m가 됩니다.
- 효과: 에어버스는 이전 세대보다 좌석당 연료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20% 줄었다고 설명합니다.
neo는 2016년 1월 루프트한자가 처음 운항했습니다. 다만 PW1100G 엔진은 운항 초기부터 부품 결함 문제로 점검이 잦아, 이 엔진을 단 항공기 일부가 한동안 땅에 묶여 있어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통로 하나로 대서양을 건너다: A321LR과 XLR
통로가 하나인 협동체 여객기는 보통 4~5시간 거리까지 쓰였습니다. 에어버스는 A321neo의 화물칸에 추가 연료 탱크를 넣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넓혔습니다.
| 형 | 첫 인도 | 최대 항속거리 (제조사 발표) | 의미 |
|---|---|---|---|
| A321neo | 2017년 | 추가 연료 탱크 선택에 따라 다름 | neo 계열의 기본 대형형 |
| A321LR | 2018년 11월, 아르키아 항공 | 약 7,400km (4,000해리) | 추가 탱크로 장거리 운항을 전제로 한 형 |
| A321XLR | 2024년 10월, 이베리아 항공 | 최대 약 8,700km (4,700해리), LR보다 약 15% 증가 | 유럽~미국 동부 같은 대서양 횡단이 가능 |
대형 광동체기를 띄우기에는 승객이 모자라는 중간 규모 도시끼리 직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형들의 핵심입니다. 이베리아 항공은 A321XLR을 받은 뒤 마드리드~보스턴 노선에 투입했습니다. 다만 좌석이 좁은 협동체로 7~9시간을 가야 한다는 점은 승객 입장에서 고려할 부분입니다.
737을 숫자로 넘어서다
A320은 보잉 737보다 20년 늦게 시장에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2019년 10월 누적 주문 대수에서 737을 앞질렀고, 2025년 9월에는 누적 인도 대수에서도 737을 넘어섰습니다. 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Cirium)은 이 시점의 A320 계열 누적 인도를 12,260대로 집계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 누적 주문은 2만 대를 넘고, 인도는 1만 2,800대를 넘었습니다.
역전의 배경에는 두 가지가 겹쳤습니다. 하나는 A321neo의 인기입니다. 737 계열의 가장 큰 형보다 좌석과 항속거리에서 앞서면서 대형 협동체 시장을 사실상 차지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737 MAX의 2019~2020년 운항 중지와 이후 생산 제한으로 보잉의 인도 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A320 계열을 타려면
| 항공사 | 운항 형 (대표) | 참고 |
|---|---|---|
| 대한항공 | A321neo | 2022년 10월 첫 기체를 받아 김포~제주 노선부터 투입. 182석 |
| 아시아나항공 | A321ceo, A321neo | 국내선과 일본·중국·동남아 노선. 2024년 12월 대한항공 자회사가 됨 |
| 에어부산 | A320, A321, A321neo | 보유 항공기를 모두 에어버스 계열로 운영. A321neo가 약 40% 차지 (2026년 6월 회사 발표) |
| 에어서울 | A321 | 일본·동남아 노선 중심 |
진에어는 보잉 737과 777을 쓰므로 A320 계열 운항사가 아닙니다. 다만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세 회사는 2026년 8월 합병 계약을 맺고 2027년 3월 「통합 진에어」 출범을 추진하고 있어, 이후에는 한 회사 안에 737과 A320 계열이 함께 있게 됩니다. 정확한 기종은 예약 화면의 기종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A320neo는 보통 A20N, A321neo는 A21N으로 표시됩니다.
공항에서 737과 구별하는 법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처음에는 헷갈리지만, 몇 군데만 보면 꽤 정확하게 가릴 수 있습니다.
| 볼 곳 | A320 계열 | 보잉 737 |
|---|---|---|
| 코 (옆에서) | 둥글고 뭉툭함 | 더 뾰족함 |
| 조종석 옆 창문 | 창 아래쪽 선이 반듯한 편이고, 마지막 창의 위쪽 모서리가 잘려 나간 모양 | 창 아랫선이 비스듬히 꺾여 「V」자처럼 보임 |
| 엔진 | 둥근 엔진 덮개. 지면에서 여유 있게 떨어져 있음 | 클래식·NG는 엔진 덮개 아래가 납작함. MAX는 엔진 뒤쪽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 |
| 기체 높이·바퀴 | 다리가 길어 동체가 상대적으로 높이 떠 있음 | 동체가 땅에 낮게 붙어 있음. 접힌 주바퀴 옆면이 동체 배 쪽에 드러난 채 날아감 |
| 꼬리 | 꼬리 끝(보조동력장치 배기구) 원뿔이 크고 뚜렷함 | 수직 꼬리날개 앞쪽에 동체를 따라 낮게 이어지는 작은 지느러미가 있음 |
| 날개 끝 | ceo는 작은 삼각형 날개끝 장치 또는 샤클렛, neo는 샤클렛 | NG는 큰 블렌디드 윙렛, MAX는 위아래로 갈라진 윙렛 |
가장 쉬운 단서는 조종석 창문입니다. 탑승교에 붙은 비행기의 코 옆을 한 번 보면, 「V」자로 꺾인 창이면 737, 아랫선이 반듯하면 A320 계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종 이름의 숫자와 접미사를 읽는 법은 여객기 이름 읽는 법 편을 참고하세요.
A320 계열을 탈 때 알아 둘 점
- 같은 A321이라도 항공사마다 좌석 수가 170석대에서 220석 넘게까지 다릅니다. 좌석 간격은 항공사 좌석 배치도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A321은 동체가 길어 날개 위 비상구가 여러 개입니다. 비상구 좌석은 다리 공간이 넓지만 비상시 승무원을 도울 의무가 따릅니다.
- neo는 ceo보다 엔진 소음이 작다는 평가가 많지만, 좌석 위치(엔진 옆인지 앞인지)에 따라 체감은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장거리 노선의 대표 쌍발기, 보잉 777을 다룹니다.
가늠해 보기
| 가늠 | 비교 |
|---|---|
| A320neo 날개폭 약 35.8m | 축구장 폭(약 68m)의 절반 남짓 (약 53%) |
| A321 길이 약 44.5m | 시내버스(약 12m) 3.7대를 이어 놓은 길이 |
| A320 높이 약 11.8m | 아파트 4층 높이 (한 층 약 2.9m 기준) |
| 1988년~2026년 8월 누적 인도 1만 2,800여 대 | 38년 넘게 하루 평균 약 0.9대, 1년에 약 330대꼴로 인도한 셈 |
| A321XLR 최대 항속 약 8,700km | 서울~부산 직선거리(약 325km)의 약 27배 |
A320neo·A321neo의 제원은 에어버스 공식 사이트에서, 국내 공항의 운항 정보는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320과 A320neo는 무엇이 다른가요?
기체와 조종석은 거의 같고 엔진과 날개 끝 장치가 다릅니다. neo는 LEAP-1A 또는 PW1100G 엔진과 샤클렛을 달아, 에어버스 발표 기준 좌석당 연료 소모가 약 20% 줄었습니다.
Q. A320 계열이 정말 737보다 많이 팔렸나요?
누적 주문은 2019년 10월, 누적 인도는 2025년 9월에 737을 앞섰습니다. 시리움 집계로 역전 시점 인도 대수는 12,260대였습니다.
Q. 사이드스틱으로 조종하면 두 조종사가 서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나요?
사이드스틱은 서로 연동되어 움직이지 않으므로, 조종을 넘겨주고 받는 절차와 화면 표시로 확인합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면 경고음이 울리고 우선권 버튼으로 한쪽 입력을 택합니다.
Q. A321XLR로 우리나라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까지인가요?
제조사 발표 최대 항속거리 약 8,700km 기준으로 동남아 전역과 호주 북부, 중앙아시아까지 계산상 닿습니다. 실제 노선은 탑승객 수, 바람, 대체 공항 조건에 따라 짧아집니다.
기준일 2026년 10월 23일
출처 에어버스 A320neo·A321neo 제원 페이지 (aircraft.airbus.com) · 에어버스 보도자료: 아르키아 항공 첫 A321LR 인도(2018-11-14), 이베리아 항공 첫 A321XLR 인도(2024-10-30) · 위키백과(영문) 「Airbus A320 family」 (2026년 8월 기준 주문·인도 수, 737 역전 시점) · Mexico Business News·Cirium 집계 보도(2025-10-07, 누적 인도 12,260대) · 파이낸셜뉴스(2022-10-31) 대한항공 A321neo 도입 기사 · 헤럴드경제(2026-06-21) 에어부산 A321neo 비중 기사, CEO스코어데일리(2026-08-21) 통합 진에어 합병 계약 기사 · The Points Guy·San Francisco Chronicle 기종 식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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