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히말라야 트레킹」 네 번째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줄여서 ABC입니다. 앞 편의 안나푸르나 서킷이 산군의 바깥을 한 바퀴 도는 길이라면, ABC는 그 한가운데로 곧장 파고드는 길입니다. 좁은 협곡을 따라 올라가다 어느 순간 골짜기가 탁 트이면, 해발 7,000~8,000m급 봉우리들이 사방을 빙 둘러싼 거대한 분지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안나푸르나 성역(생크추어리)」이라 부릅니다. 베이스캠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등반가만의 장소가 아니라, 체력이 보통인 트레커도 일주일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 히말라야 첫 트레킹으로 많이 고릅니다.
핵심 요약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는 해발 4,130m에 있으며, 안나푸르나 1봉을 비롯한 고봉들이 원형 극장처럼 둘러싼 「안나푸르나 성역」 안에 자리합니다.
- 포카라 근처에서 출발해 간드룩·촘롱·데우랄리·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거쳐 오르내리는 왕복 코스로, 보통 7~12일 안팎이 걸립니다.
- 데우랄리 위아래 좁은 골짜기는 겨울과 봄에 눈사태 위험이 있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어, 현지 산장과 가이드의 당일 판단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재 「히말라야 트레킹」 전 7편
- 1.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 2. 고산병 예방과 대처
- 3. 안나푸르나 서킷
- 4.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지금 보는 글)
- 5. 랑탕 계곡 (공개 예정)
- 6. 허가와 시기 (공개 예정)
- 7. 셰르파 이야기 (공개 예정)
성역이라는 지형
안나푸르나 성역은 높은 산들이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 안쪽의 빙하 분지입니다. 남쪽으로 열린 출입구는 모디 강이 깎아 낸 좁은 협곡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바깥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고, 협곡을 다 올라와야 비로소 둘러싼 봉우리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 지형 덕분에 오랫동안 외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고, 아래 마을 사람들은 이 분지를 신들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 왔습니다.
베이스캠프에서 보이는 대표 봉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높이는 자료마다 몇 m씩 차이가 있어 널리 쓰이는 값을 적었습니다.
| 봉우리 | 높이 (약) | 이야기 |
|---|---|---|
| 안나푸르나 1봉 | 8,091m | 1950년 프랑스 원정대가 올라, 사람이 처음 오른 8,000m급 봉우리가 됨 |
| 마차푸차레 | 약 6,990m | 꼭대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물고기 꼬리」라는 별명. 지역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겨 등반이 허가되지 않는 산으로 알려짐 |
| 히운출리 | 약 6,440m | 성역 입구 서쪽을 지키는 봉우리. 협곡을 오를 때 머리 위로 보임 |
| 안나푸르나 남봉 | 약 7,220m | 간드룩·촘롱 쪽에서 가장 잘 보이는 봉우리 |
| 강가푸르나 | 약 7,450m | 성역 북동쪽. 서킷의 마낭 쪽에서도 보이는 같은 산 |
마차푸차레는 포카라 시내에서도 뾰족한 삼각형으로 보이는 산이라, ABC로 걷는 내내 길동무처럼 따라옵니다. 1957년 영국 원정대가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랐다가 정상은 밟지 않고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이후 등반 허가가 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정상에 오른 기록이 없는 산으로 꼽힙니다.
길의 흐름: 계단, 계단, 그리고 협곡
ABC로 가는 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생각하면 쉽습니다. 계단식 논과 구룽족 마을이 이어지는 아래 마을 구간, 대나무와 만병초 숲 사이로 협곡을 거슬러 오르는 모디 협곡 구간, 나무가 사라지고 빙하 분지가 열리는 성역 구간입니다.
| 날 (예시) | 구간 | 도착지 고도 (약) | 특징 |
|---|---|---|---|
| 1일 | 포카라 → 차량으로 나야풀·킴체 부근 → 간드룩 | 약 1,940m | 요즘은 차로 간드룩 근처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음. 구룽족의 큰 마을 |
| 2일 | 간드룩 → 킴롱 계곡 → 촘롱 | 약 2,170m | 깊은 계곡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날. 촘롱은 성역 앞 마지막 큰 마을 |
| 3일 | 촘롱 → 시누와 → 밤부 | 약 2,310m | 촘롱에서 돌계단 수천 개를 내려가 강을 건너고 다시 오름. 대나무 숲 |
| 4일 | 밤부 → 도반 → 히말라야 → 데우랄리 | 약 3,200m | 협곡이 좁아지고 숲이 끝남. 눈사태 주의 구간 시작 |
| 5일 | 데우랄리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 ABC | 4,130m | 협곡을 빠져나와 성역에 들어섬. 일찍 출발하는 것이 원칙 |
| 6일 이후 | ABC 일출 → 밤부 또는 시누와까지 하산 → 촘롱 → 지누 단다 → 차량으로 포카라 | – | 내려올 때는 하루에 두 날 거리씩 내려오는 경우가 많음 |
위 일정은 빠른 편의 예시입니다. 차량을 얼마나 이용하느냐, 고도 적응일을 넣느냐, 지누 단다의 온천에서 쉬어 가느냐에 따라 보통 7~12일 안팎으로 잡습니다. 푼힐 전망대(약 3,200m)의 일출을 보고 오는 「고레파니–푼힐」 코스와 묶어 열흘 넘게 걷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길은 「계단의 길」로 유명합니다. 촘롱 위아래, 시누와 언덕 등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지는 구간이 많아, 숫자로 보이는 고도 차이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집니다. 촘롱에서 밤부까지 가는 날은 수백 m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해서, 하루 끝에 올라온 높이는 얼마 안 되는데 다리는 완전히 지쳐 있곤 합니다. 등산 스틱이 특히 쓸모 있는 길입니다.
데우랄리 위아래: 눈사태 주의 구간
밤부를 지나 히말라야, 데우랄리,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이어지는 구간은 모디 강 협곡이 가장 좁아지는 곳입니다. 양쪽으로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의 가파른 비탈이 솟아 있고, 그 위에 쌓인 눈이 무너지면 좁은 골짜기 바닥의 길로 쏟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대는 겨울부터 봄 사이, 큰 눈이 내린 뒤에 눈사태 위험이 커지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 1월 17일에는 데우랄리 부근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교육 봉사 활동을 마치고 트레킹에 나섰던 한국인 교사 네 명과 동행한 네팔인 가이드들이 실종되었습니다. 수색은 추가 눈사태와 깊이 쌓인 눈 때문에 여러 차례 중단되었고, 희생자들은 몇 달에 걸쳐 차례로 수습되었습니다. 이 사고 이후 큰 눈이 온 뒤에는 이 구간의 통행을 막거나 출발을 미루는 판단이 더 엄격해졌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 이 구간을 지나는 날은 아침 일찍 출발합니다. 해가 비탈을 데우는 오후에는 눈이 무거워지고 불안정해지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며칠 사이 큰 눈이 왔다면 촘롱이나 밤부의 산장, 체크포스트, 가이드에게 길 상황을 꼭 묻고 통제가 있으면 따릅니다.
- 예전에 쓰던 길과 새로 낸 길이 강 양쪽에 함께 있는 구간이 있습니다. 표시와 현지 안내를 따르고, 지름길이라며 계곡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 위험 구간에서는 멈춰 서서 쉬거나 사진을 찍지 말고 빠르게 지나가라는 안내가 흔합니다.
위험이 있다고 해서 길 전체가 늘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해마다 수많은 트레커가 다녀오는 길이고, 가을처럼 눈이 적은 시기에는 위험이 훨씬 낮습니다. 핵심은 「날씨와 눈 상황이 그날의 위험을 결정한다」는 점이고, 그 판단은 일정표가 아니라 현지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룽족의 마을: 간드룩과 촘롱
ABC로 가는 아래쪽 마을은 대부분 구룽족의 터전입니다. 구룽족은 안나푸르나 남쪽 산비탈에 오래 살아 온 민족으로, 영국군과 인도군의 구르카 병사로 많이 복무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간드룩은 돌로 지은 집과 석판 지붕, 좁은 돌길이 잘 남아 있는 큰 마을이라, 트레킹 첫날이나 마지막 날 반나절쯤 머물며 둘러볼 만합니다. 마을에는 구룽족의 옛 생활 도구를 모아 둔 작은 박물관도 있습니다.
촘롱은 성역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큰 마을이자, 성역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규칙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이 위쪽으로는 성역의 신성함을 지키는 뜻에서 고기 요리를 팔지 않는 산장이 많다는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규칙의 세부와 적용은 해마다 바뀔 수 있지만, 이 길이 지역 사람들에게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안나푸르나 보전지역(ACAP)은 1986년 네팔의 첫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지역 주민이 자연 보전과 관광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관리됩니다. 산장들이 같은 메뉴판과 비슷한 가격을 쓰는 것도 마을 단위로 운영 규칙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위로 갈수록 음식값이 오르는 것은 모든 물자를 사람과 짐승이 지고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고도와 몸: 4,130m는 어느 정도의 높이인가
ABC의 고도 4,130m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약 5,364m)나 서킷의 토롱라 고개(5,416m)보다 1,000m 넘게 낮습니다. 그래서 「쉬운 히말라야」로 소개되곤 하지만, 해발 4,000m는 이미 고산병이 흔히 나타나는 높이입니다. 특히 데우랄리(약 3,200m)에서 ABC(4,130m)까지는 하루에 900m 가까이 올라가는 일정이 흔해서, 일반적인 권고인 「해발 3,000m 위에서는 자는 고도를 하루 300~500m 넘게 올리지 않기」보다 빠릅니다.
-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약 3,700m)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ABC에 오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 ABC에서 자는 대신 일출만 보고 MBC로 내려와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 두통·메스꺼움·어지럼이 심해지면 더 오르지 않고, 나아지지 않으면 내려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증상과 예방법은 고산병 예방과 대처 편에 정리했습니다.
서킷과 베이스캠프, 무엇이 다른가
| 항목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BC) | 안나푸르나 서킷 |
|---|---|---|
| 코스 모양 | 성역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길로 나오는 왕복 (일부 갈림길 다름) | 산군 바깥을 한 바퀴 도는 일주 |
| 최고 지점 | ABC 4,130m | 토롱라 고개 5,416m |
| 기간 | 보통 7~12일 | 보통 10~15일 안팎 |
| 출발 | 포카라에서 차로 1~2시간 안팎 | 카트만두·포카라에서 차로 베시사하르 방면 |
| 풍경 | 계단식 논 → 대나무 숲 → 빙하 분지. 고봉이 가까이 둘러쌈 | 아열대 계곡 → 소나무 숲 → 티베트 고원. 변화의 폭이 큼 |
| 힘든 점 | 끝없는 계단, 협곡의 눈사태 위험 | 긴 일정, 5,000m 넘는 고개 |
| 문화 | 구룽족 마을 | 구룽·마낭·타칼리, 티베트 불교 문화권 |
ABC 길은 다른 코스와 이어 붙이기도 좋습니다. 고레파니와 푼힐 전망대를 먼저 돌고 타다파니를 거쳐 촘롱으로 넘어가면 안나푸르나 남쪽 산비탈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셈이 되고, 마르디 히말 코스와 함께 묶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간이 일주일 남짓이고 고봉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ABC, 2주 이상을 낼 수 있고 풍경의 변화를 길게 즐기고 싶다면 서킷이 어울립니다. 서킷과 ABC 모두 같은 안나푸르나 보전지역 입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2023년 이후 바뀐 가이드 규정의 적용 대상 지역으로 안내됩니다. 허가와 시기는 연재 여섯 번째 편에서 따로 정리합니다.
직접 간다면 챙길 것
- ABC의 새벽은 가을에도 영하로 내려갑니다. 다운 재킷과 장갑, 비니를 챙기세요.
- 대나무 숲 구간은 습해서 봄과 몬순 직후에 거머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긴 양말과 소금을 챙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 촘롱 위로는 현금 인출기가 없다고 보고, 네팔 루피를 넉넉히 준비합니다.
- 산장의 와이파이·충전은 대부분 유료이고, 위로 갈수록 비싸집니다. 보조 배터리가 유용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카트만두에서 가장 가까운 히말라야, 「랑탕 계곡」을 걷습니다. 2015년 지진의 상처와 회복, 그리고 타망족의 문화를 함께 살펴봅니다.
가늠해 보기
| 가늠 | 비교 |
|---|---|
| ABC 해발 4,130m | 한라산(1,947m)의 약 2.1배, 백두산(2,744m)의 약 1.5배 |
| ABC의 공기 압력 | 바다 높이의 약 60%. 숨 한 번에 들어오는 산소가 서울의 약 5분의 3 |
| 데우랄리(약 3,200m) → ABC(4,130m) 약 930m | 롯데월드타워(555m)를 1.7개 쌓은 높이를 하루에 오름 |
| 안나푸르나 1봉 8,091m | ABC보다 약 3,960m 높음. ABC에서 올려다보면 한라산 두 개를 쌓은 높이가 머리 위에 더 있음 |
| 나야풀(약 1,070m) → ABC 약 3,060m 상승 | 아파트 1층을 2.8m로 치면 약 1,090층. 계단이 많은 길이라 실제로 오르내리는 합계는 이보다 훨씬 큼 |
안나푸르나 보전지역 입장 허가는 네팔 자연보전신탁(NTNC)에서, 트레킹 관련 공지는 네팔 관광청에서, 네팔 여행 안전 정보와 여행경보 단계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에서 확인하세요.
안나푸르나 보전지역 입장 허가 (네팔 자연보전신탁 NTNC) → 네팔 관광청 (Nepal Tourism Board) → 해외안전여행 (외교부) →
자주 묻는 질문
Q.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초보자도 갈 수 있나요?
기술적인 등반은 없어 꾸준히 걷는 체력이 있다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다만 계단이 매우 많고 해발 4,000m를 넘기 때문에, 출발 전 오르막 걷기 연습을 하고 고산병 대처법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Q. 며칠이면 다녀올 수 있나요?
차량 이용과 적응일 여부에 따라 보통 7~12일 안팎입니다. 날씨나 눈 상황으로 기다릴 수 있으니 예비일을 하루 이틀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눈사태 위험은 언제 큰가요?
겨울부터 봄 사이, 특히 큰 눈이 내린 직후에 데우랄리 위아래 협곡 구간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발 전 산장과 가이드, 체크포스트에서 길 상황을 확인하고 통제를 따르세요.
Q. 마차푸차레에는 왜 아무도 오르지 않나요?
지역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산이라 등반 허가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7년 영국 원정대가 정상 바로 아래에서 돌아왔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Q. ABC와 푼힐을 함께 갈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고레파니와 푼힐 전망대를 먼저 들렀다가 타다파니를 거쳐 촘롱으로 넘어가면 ABC 길과 이어집니다. 이 경우 일정이 2~3일 늘어납니다.
Q. ABC 가는 데 허가가 필요한가요?
안나푸르나 보전지역 입장 허가(ACAP)가 필요합니다. 가이드 동행 규정과 트레커 등록 방식은 바뀌어 왔으므로 출발 직전 네팔 관광청과 NTNC 공지를 확인하세요.
기준일 2026년 10월 27일
출처 The Himalayan Times: Six trekkers including 4 Koreans missing in avalanche in Annapurna region (2020) · The Kathmandu Post: Rescuers recover bodies of two South Korean tourists buried in an avalanche in January (2020) · The Kathmandu Post: Trekkers return to Annapurna trail after avalanche (2020) · 네팔 자연보전신탁(NTNC) 안나푸르나 보전지역 전자 허가 · Wikipedia: Deurali, Kaski
허가·요금·운영 규정과 현지 안전 상황은 수시로 바뀝니다. 출발 전 공식 사이트와 외교부 안전 정보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