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 흐릿한 첫 사진에서 우주의 나이까지 (1990년 발사, 거울 결함과 1993년 수리, 다섯 번의 수리 임무, 대표 발견, 자이로 1개로 버티는 지금)

1990년 봄, 천문학자들은 큰 기대를 안고 우주에서 보내온 첫 사진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별이 또렷한 점이 아니라 뿌연 빛무리로 퍼져 있었습니다. 15억 달러 안팎이 들었다는 망원경이 「근시」였던 것입니다. 이 망원경이 30년 넘게 지난 지금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우주 사진들을 남긴 허블 우주망원경입니다. 새 연재 「우주 망원경 이야기」의 첫 편으로, 허블이 어떻게 실패작에서 전설이 되었는지 따라가 봅니다.

핵심 요약

  •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된, 지름 2.4m 거울을 가진 우주망원경입니다.
  • 발사 직후 주거울이 아주 미세하게 잘못 깎인 사실이 드러났지만, 1993년 우주비행사들이 보정 장치를 달아 고쳤고 2009년까지 모두 다섯 번 수리를 받았습니다.
  • 2024년부터는 자이로스코프 1개만 쓰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며,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어 언제까지 관측할지가 관심사입니다.

연재 「우주 망원경 이야기」 전 6편

  1. 1. 허블 우주망원경 (지금 보는 글)
  2. 2.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공개 예정)
  3. 3. 찬드라·스피처 등 다른 빛을 보는 망원경 (공개 예정)
  4. 4. 우리나라의 우주망원경과 천문 위성 (공개 예정)
  5. 5. 천체망원경 고르기 (공개 예정)
  6. 6. 전국 공개 천문대 안내 (공개 예정)

왜 망원경을 우주에 올렸을까

땅 위의 망원경은 공기를 통해 하늘을 봅니다. 공기는 끊임없이 흔들려 별빛을 일렁이게 하고(별이 반짝이는 이유), 자외선과 적외선 일부를 막아 버립니다. 대기권 밖에 망원경을 두면 이 두 가지 문제가 사라집니다. 거울 크기는 지상 대형 망원경보다 훨씬 작아도, 흔들림 없는 선명한 상을 오래 노출해 아주 어두운 천체까지 찍을 수 있습니다. 허블이 찍은 가장 어두운 천체는 맨눈 한계보다 수억 배 어두운 30등급 안팎입니다. 이 숫자의 뜻은 겉보기등급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허블 기본 정보

항목 내용
발사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STS-31). 이튿날 4월 25일 궤도에 놓임
운영 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공동 사업
주거울 지름 2.4m
크기 길이 약 13m, 큰 버스 한 대 정도. 무게 약 11~12톤
궤도 고도 처음 약 600km. 대기 저항으로 서서히 낮아져 지금은 500km 안팎
속도·주기 시속 약 27,000km, 약 95분에 지구 한 바퀴
관측 파장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

이름의 주인, 에드윈 허블

망원경 이름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에게서 왔습니다. 1920년대 허블은 당시 「나선 성운」이라 불리던 흐릿한 천체들이 우리은하 안의 가스 구름이 아니라 우리은하 바깥의 다른 은하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어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관계를 밝혀, 우주가 팽창한다는 생각의 토대를 놓았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대형 우주망원경」으로 불리던 계획은 1983년 그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단 망원경이 훗날 우주 팽창 속도를 가장 정밀하게 재는 일을 맡게 된 셈입니다.

머리카락 50분의 1 두께의 실수

1990년 6월, NASA는 주거울에 「구면수차」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거울 가장자리가 설계보다 아주 조금 평평하게 깎여 있어서, 거울 가운데와 가장자리에서 반사된 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차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50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울을 깎을 때 쓴 검사 장비의 부품 하나가 잘못 놓여 있었는데, 이를 걸러 낼 교차 검사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거울을 우주에서 다시 깎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엔지니어들은 안경을 맞추듯 「틀린 정도를 정확히 반대로 뒤집은」 보정 광학계를 만들었습니다. 1993년 12월 첫 수리 임무(STS-61)에서 우주비행사들은 보정 장치 코스타(COSTAR)와, 보정 기능을 내장한 새 카메라 WFPC2를 설치했습니다. 수리 뒤 처음 보내온 사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명했고, 허블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습니다.

다섯 번의 수리 임무

허블은 처음부터 우주비행사가 찾아가 부품을 갈아 끼울 수 있게 설계된 망원경입니다. 이것이 30년 넘게 최신 성능을 유지한 비결입니다.

임무 시기 주요 작업
1차 (STS-61) 1993년 12월 거울 결함 보정(코스타, WFPC2 설치)
2차 (STS-82) 1997년 2월 근적외선 카메라 NICMOS, 분광기 STIS 설치
3A차 (STS-103) 1999년 12월 자이로스코프 고장으로 관측이 멈추자 긴급 출동. 자이로 6개 전부와 컴퓨터 교체
3B차 (STS-109) 2002년 3월 고성능 탐사 카메라 ACS, 새 태양전지판 설치
4차 (STS-125) 2009년 5월 광시야 카메라 WFC3, 분광기 COS 설치, 고장 난 장비를 우주에서 처음 수리. 마지막 방문

2011년 우주왕복선이 퇴역하면서 허블을 찾아갈 수단도 사라졌습니다. 2009년 이후 허블은 정비 없이 혼자 버티고 있습니다.

허블이 바꾼 우주 그림

창조의 기둥 (1995년)

독수리성운(M16) 안에서 새 별이 태어나는 가스 기둥을 찍은 사진입니다. 기둥 하나의 길이가 수 광년에 이릅니다. 1995년 11월 공개된 뒤 우주 사진의 대명사가 되었고, 2014년에는 새 카메라로 다시 찍은 고화질판이 나왔습니다.

허블 딥필드 (1996년 공개)

1995년 12월, 허블은 큰곰자리의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아주 작은 하늘 조각을 열흘 동안 342장 겹쳐 찍었습니다. 1996년 1월 공개된 사진에는 별이 아니라 최소 1,500개가 넘는 은하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늘 어디를 보든 그만큼 은하가 있다는 뜻이어서,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를 다시 어림하게 만든 사진입니다. 이후 울트라 딥필드 등 더 깊은 사진이 이어졌습니다.

우주의 팽창 속도와 나이

허블은 먼 은하 속 변광성과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정밀하게 재서,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지(허블 상수)의 오차를 크게 줄였습니다. 이 측정 덕분에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좁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1998년 무렵에는 먼 초신성 관측에 참여해 우주 팽창이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이른바 암흑에너지)를 뒷받침했습니다. 거리를 재는 단위는 광년과 파섹 글을 참고하세요.

그 밖의 발견

  • 1994년 슈메이커-레비 9 혜성 조각들이 목성에 충돌하는 장면 관측
  • 거의 모든 큰 은하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있다는 증거
  • 다른 별을 도는 행성의 대기 성분 측정
  • 구상성단 별들의 나이 측정 (산개성단과 구상성단 글)

허블 사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허블의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흑백 사진을 찍습니다. 특정 색(파장)만 통과시키는 필터를 바꿔 끼우며 같은 천체를 여러 번 찍고, 지상에서 각 사진에 색을 입혀 겹치면 우리가 아는 컬러 사진이 됩니다. 수소, 산소, 황처럼 특정 원소가 내는 빛만 골라 찍은 뒤 서로 다른 색을 배정하기도 해서, 사진의 색은 「눈으로 본 색」이라기보다 「성분을 구분한 지도」에 가깝습니다.

관측 일정은 미국 볼티모어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가 세계 천문학자들의 제안서를 심사해 정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서 신청한 관측 시간 가운데 일부만 승인됩니다. 관측 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기록 보관소에 공개되어, 지금도 오래된 허블 자료에서 새로운 발견이 나옵니다.

지금의 허블: 자이로 하나로 버티기

망원경이 한 천체를 몇 시간씩 흔들림 없이 겨누려면 회전을 감지하는 자이로스코프가 필요합니다. 허블에는 2009년에 새로 단 자이로가 6개 있었지만 하나둘 고장 났습니다. 2024년 5월 남은 자이로 하나가 오작동해 관측이 멈춘 뒤, NASA는 그해 6월부터 자이로 1개만 쓰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예비로 남겨 두어 수명을 늘리려는 결정입니다.

  • 대신 한 번에 겨눌 수 있는 하늘 범위가 좁아지고, 방향을 바꾸는 데 시간이 더 걸려 관측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NASA는 과학 성과가 최대 4분의 1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궤도 고도는 대기 저항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끌어올리지 않으면 2030년대 어느 시점에 대기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며, 시점은 태양 활동에 따라 달라집니다.
  • 2024년 NASA는 민간 우주선으로 허블을 밀어 올리는 방안을 당장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후에도 재추진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의 「후계자」로 불리지만, 주로 적외선을 보는 망원경이라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보는 허블과 역할이 겹치지 않습니다. 두 망원경이 같은 천체를 함께 관측하는 일도 많습니다. 허블의 운영 상황은 수시로 바뀌므로 최신 소식은 NASA 허블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늠해 보기

가늠 비교
궤도 고도 500km 안팎 서울~부산 도로 거리(약 400km)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위로. 자동차(시속 100km)로 5시간, 여객기(시속 900km)로 약 33분 거리
시속 약 27,000km KTX(시속 300km)의 90배. 서울~부산 직선 325km를 약 43초에 지나는 속도
지구 한 바퀴 약 95분 하루에 15바퀴. 영화 한 편 보는 사이 지구를 한 바퀴 돎
길이 약 13m, 무게 약 11~12톤 대형 버스 한 대 크기. 2.4m 주거울은 아파트 거실 천장 높이와 비슷
허블 딥필드가 찍은 하늘 넓이 약 90m 떨어진 테니스공(지름 6.7cm)이 가리는 정도의 하늘 조각. 그 안에 은하 1,500개 이상
거울 오차 약 2μm 머리카락 굵기의 약 50분의 1. 이 정도 오차로 사진이 뿌옇게 됨

더 자세히: 보이저 1호를 타고 가늠하는 우주의 크기

허블의 최신 운영 상황과 새로 공개된 사진은 NASA 허블 페이지에서, 발사부터 수리 임무까지의 공식 기록은 NASA 허블 연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ASA 허블 우주망원경 → NASA 허블 연표 (발사·수리 임무 기록) → 유럽우주국(ESA) →

자주 묻는 질문

Q. 허블은 지상에서 보이나요?

보입니다. 해 진 직후나 해 뜨기 전 햇빛을 받을 때 밝은 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점으로 보입니다. 다만 궤도가 적도 쪽으로 기울어 있어(약 28.5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하늘 낮게 지나갑니다.

Q. 허블이 블랙홀이나 외계 행성의 표면을 직접 찍나요?

아닙니다. 외계 행성은 대부분 별빛의 변화나 스펙트럼으로 간접 관측합니다. 허블 사진의 화려한 색은 여러 필터로 찍은 사진을 합쳐 입힌 것입니다.

Q. 허블 사진은 누구나 쓸 수 있나요?

NASA가 공개한 허블 사진은 대부분 출처를 밝히면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유럽우주국 등 다른 기관이 처리한 사진은 각 기관의 이용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Q. 허블은 언제 끝나나요?

정해진 날짜는 없습니다. 장비 상태와 예산, 궤도 고도에 따라 달라지며, 대기권 재진입은 2030년대로 예측됩니다. 관측은 장비가 허락하는 한 계속될 예정입니다.

기준일 2026년 10월 24일

출처 NASA 허블 연표 (Hubble History Timeline) · NASA 허블 자이로 1개 운영 전환 발표 (2024년 6월) · Scientific American 허블 운영 축소 보도 ·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재진입 예측 관련 보도

천문 수치는 새 관측과 연구에 따라 조금씩 고쳐질 수 있습니다. 최신 값은 NASA·한국천문연구원 등 공식 자료를 확인하세요.